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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누가 열아홉살 동성애자를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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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2-04-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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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육우당의 사진과 유품들 2012년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 피우다 캠페인에서 19살에 세상을 떠난 회원 고(故) 육우당과 고(故) 오세인의 유품을 추모 공간에 전시하고 있다.
 
 
육우당을 처음 만난 건 2002년 겨울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 송년회 자리에서다. 그는 누구나 추억하듯 '예쁘고 앳된' 모습의 열아홉살 남성 동성애자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2년 4월 25일은 그의 9주기이다. 시인이 되고 싶어 했던 열아홉의 탈학교 청소년 동성애자. 없는 돈을 아끼고 아껴, 틈만 나면 동인련에 후원금을 들고 왔던 친구.
 
학교에서 아웃팅을 당한 후 자의 반 타의 반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고, 아버지 손에 이끌려 정신과 진료도 받아야 했던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그는 어쩐 일인지 잠을 자도 동인련 사무실 바닥에 돗자리 깔고 눕는 것이 편하다고 했다. 이제는 9년이나 지나 목소리마저 가물가물한 육우당을 여전히 떠올리고 그리워한다.

육우당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문제는 청소년 보호법상 동성애자 차별 조항 삭제 운동이었다. 2003년 봄,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조항에 대한 삭제 권고를 내리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이에 크게 반발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들은 "동성애는 소돔과 고모라의 유황불로 심판"해야 하며, 동성애가 창조질서에 도전하고 에이즈를 퍼뜨리고 있다는 엄청난 저주를 퍼부었다.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기독교인들이 동성애자에게 행사했던 엄청난 적개심과 폭력 앞에 큰 참담함을 느꼈고, 열정적으로 기사를 투고하고 캠페인에 참여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4월 25일, 육우당은 동인련 사무실에서 목을 매어 숨진 채 발견되었다.

"내 한 목숨 죽어서 동성애 사이트가 유해매체에서 삭제되고 소돔과 고모라 운운하는 가식적인 기독교인들에게 무언가 깨달음을 준다면 난 그것으로도 나 죽은 게 아깝지 않아요."

육우당의 유서 중 한 구절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육우당은 처음 만난 청소년 성소수자였다. 그가 죽고나서 청소년보호법의 동성애차별조항은 삭제되었다. 어떤 기독교인들은 깨달음을 얻었지만, 여전히 많은 기독교인들은 이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성소수자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여전히 상황은 어렵지만 그래도 육우당이 살았던 2003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여전히 '육우당'은 기억돼야 한다
 
지난 2011년 12월은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전국이 시끌시끌했다. 보수 기독교단체를 중심으로 "청소년에게 동성애를 허용하면 안 된다"느니, "애들에게 항문성교를 가르칠거냐"느니, "초등생 엄마에 중학생 아빠가 생길 것"이라며,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임신 및 출산 차별금지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